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위해선 그 지역에 관한 공부와 하나라도 더 보겠다며, 바쁜 스케쥴로 발품을 팔아가며 여기저기를 다니게
된다. 반면, 최고의 여행지로 꼽히며, 시시각각을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뉴욕, 이 도시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경험했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하여 뉴욕여행 1탄, 맨하튼 남부 탐험 “The 911 Memorial”. 2001 년 테러리스트에 의해 폭격당한 월드트레이드 센터. 뉴욕의 최대의 비극이었다. 이 참담한 사건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 공모전을 통해 Michael Arad and Peter Walker이 당선되었고, 2011년 10주년을 맞이 하여 밤하늘에 빛으로 빚은 두개의 빌딩이 모습을 드러내며 911 memorial의 완공을 알렸다. 멀리 빛자락으로만 보았던 그 자리를 지금에서야 방문한다.
The
911 Memorial은 두개의 고층 빌딩이 있던 자리에 그 존재를 반영하는 빈 공간으로 나타났다. 건물이 세워져 있던
자리는 순수한 입방체 모양으로 땅속 깊이 패여 그 빈자리를 물이 타고 흐른다.
가장자리를 따라 지면의 높이에서부터 수직의 물줄기들이 떨어지고, 이는 수평면에 모인다. 마치 세차게 떨어지는 물줄기들은 수많은 희생과
영혼을 표현하는 슬픔으로, 이 물줄기들이 지면에 모이는 것은 이 슬픔이 정화되는 단계인듯 하다. 그리곤, 바닥이 보이지 않는
그래서 무한한 대지의 구멍과 같은 사각의 빈공간으로 서서히 흘러 들어간다. 마치 희생된 영혼과 그들을 위한 슬픔이 대지로
돌아가는 듯 하다.
물방울을 일으키며 세차게 갈라져 떨어지는 물살, 잠잠히 고여있는 물, 벽면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줄기. 검은 화강암으로 둘러 쌓인
빈공간에 다양한 속성으로 표현된 물은 메모리얼 공간의 순차적인 경험의 단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듯 하다. 건축가는 물을 죽음을 통해
영혼의 세계로 향한 강을 건너는 것으로, 혹은 동양사상의 정화의 의미를 생각했던것은 아니었을까? 대지를 움푹 파내간듯한 거대한
스케일은 그 경험을 극대화 한다.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있는 브론즈 판넬이 두개의 풀의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희생자들의 이름을
만져가며 그 슬픔을 느끼고 위로해서 였을까 이름이 새겨진 모서리의 브론즈는 닳아 있었다. 두꺼운 금속판넬에 새겨진 이름들은 마치
슬픔으로 꾹꾹 눌러쓴 글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워싱턴에 가면 또다른 기념관, 마야린의 베트남 메모리얼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웅장한 건축물이나 상징조형물없이 땅을 갈라 드러난 듯한 검은 현무암에 희생자들의 이름을 적어넣은 기념관이다. 추상적인 표현과 랜드스케이프르 이용한 이 메모리얼은1980년대 당시 21살의 중국인 2세 대학생이 디자인했다는 사실과 함께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기념관의 개념을 바꿔놓았었고, 많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911 Memorial은 단지 참담했던 사건에 대한 알리고, 희생자와 그 가족을 위로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 공간을 통해 사람들도 하여금 그 희생과 슬픔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기도하고,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거대한 스케일의 빈공간을 물로 감싸고, 그 흐르는 물의소리로, 손끝의 촉각으로 읽혀지는 희생자들로, 그것은 표현이나 전달이 아닌 경험이다. 미국에 역사에 있어 또하나의 안타까운 그리고 참담한 역사를 담아낸 기념관이며, 베트남 기념관에 이어 기념관이란 개념을 한층 승화시켜 추모의 정신을 담아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