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고층 빌딩들로 가득 찬 도시로 표현되지만, 그 안을 보면 크고 작은 아름다운 공원들을 가지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매일 수시로 울리는 앰뷸런스의 사이렌과 지저분한 지하철, 마당없는 아파트에서 사는 빡빡한 도시의 일상이지만,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이 있어 뉴요커의 메마른 도시 생활을 균형있게 해주는 것 같다. 아침 저녁 운동삼아 가는 East river의 강변을 볼 수 있는 칼 슈르츠 공원 (Carl Schurz Park), 돗자리깔고 앉아있으면 여기가 언제 도시였나 싶을 정도로 푸르름에 빠질수 있는 맨하탄 중앙의 센트럴 파크, 다양한 야외 조각이나 설치들이 전시되는 유니언 스퀘어 파크 등, 또 지구상에서 가장 번화한 곳 중에 하나라는 맨하튼 42번가 주변에 위치한 브라이언 파크등이 있다.
사실 나에게 있어 브라이언 공원은 다른 공원에 비해 덜 매력적인 공원이었다. 종종 지나가다 보면 다른 공원에 비해 사이즈도 작은데다가 나무들도 많지 않고 가운데 넓은 잔디밭이 놓여있을
뿐이다. 그러나, 가끔 주말이면 뉴욕도서관에 와 점심을 먹거나
햇살을 받으러 공원으로 나오면서부터 브라이언 파크의 다양한 모습을 지켜보게 되면서 그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공원의 배경을 보면 동쪽으로는 뉴욕 도서관의 후면을, 서쪽으로는
최근 몇년 전에 공사가 완료된 초고층빌딩 뱅크오브 아메리카 빌딩이 높다랗게 서있고, 남쪽으로는 1920년대 지어진 고딕 양식의 검은 벽돌과 금장을 두른 브라이언 파크 호텔 빌딩(초기 건물 이름: American Radiator Building)빌딩을
두고 있으니, 다양한 시기와 스타일의 건축물로 이루어진 화려한 배경이 아닐수 없다.
이곳은 공원 + 광장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공원 중앙에는 직사각형 오픈된 잔디밭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양한 공간으로 변하고, 여러 행위들이 일어나는 곳이 된다. 봄부터 가을까지 사람들은 잔디밭에
담요 하나 들고 나와 햇볕을 받으며 피크닉을 즐긴다. 근처 직장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점심 식사
공간이자 휴식의 공간이 되겠다. 여름 시즌이면 공원에 커다란 야외 스크린이 설치되어 Bryan park summer film festival을 무료로 운영하면서 중앙 잔디밭은 푸른 객석이 되어 뉴욕의
밤을 더 활기차게 한다. 겨울로 가보면, 영화 상영의 객석이었던 잔디 광장은 아웃도어
아이스 링크 장으로 바뀐다. 스케이트를 빌려주는 곳과 따뜻한 코코아나 커피를 파는 카페가 가건물로 생기는데, 정말 카멜레온과 같은 대 변신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다양한 이벤트들이 수시로 일어난다. 저글링 레슨이며, (누가 저글링을 배우려 하겠는가 싶은데, 인기가 있었는지, 거의 매일 주중이면 무료 레슨이 있다.) 댄스 클라스, 아이들을 위한 동화작가들의 책 읽어주는 시간, 미니 골프 대회, 또 커다란 공원에 400여명의 어른들이 참여하는 game of musical chairs도 있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의자들을 돌다가 노래가 끝나면 의자에 앉는, 의자에 앉지 못하는 사람은 탈락하여 마지막 의자에
앉는 사람이 승리하는 놀이) 상은 공원의자이고, 이긴 사람의
이름을 적어준다.
중앙 잔디 광장을 주변으로도 다양한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공원
테이블에서 체스를 두는 사람들이 모여있어 지나가는 이들에게 한판 두자고 유혹하기도 하고, 그 옆으로는
HSBC에서 운영하는 무료 아웃도어 도서관이 있다. 게다가
어린아이들을 위한 책상과 의자, 동화책들이 놓여있어 아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보인다. 분수 옆으로는 SouthWest airlines에서 운영하는 porch가 있는데 그네 의자나, 전구들로 장식되어있는 여름비치별장과
같은 어른들을 위한 공간으로 야외에서 시원한 맥주와 와인을 마실수 있는 곳이다. Hsbc나 SouthWest airlines과 같이 사기업들이 시와 협력하여 시민들의 공공 공간에 기여를 한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긍정적인 브랜드 전략이라 생각된다. 직원들이 공원에 나와서 커다란 풍선에 음악을 틀며 전단지를 나누어
주는 것에 비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원의 공간에서 차원높은 브랜드 선전이라 하겠다.
브라이언 파크에 작은 디테일을 보자. 쓰레기통, 참 쓰레기통이 이렇게 호감갈수 있구나 싶게 잘 디자인 되었다. 꽃봉오리의 꽃잎이 열리는듯한 모습으로 각기 다른 색깔과 패턴은 재활용이나 일반쓰레기, 종이쓰레기로 분류로 나타내었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보면 수풀사이로 외부용 전기 콘센트도 보인다. 지금의
나처럼 공원에 컴퓨터를 들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그들을 위해 전기 콘센트를 제공하여 충전 할
수 있게 하였다. 늘 그렇듯이 작은 배려가 큰 감동을 준다.
오늘도 이 공원에서 점심을 먹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공원에 대해 다시 한번 보고자 한 바퀴 공원을 돌다보니 평상시에 안 보이는 것도 여기저기 눈에 띄인다. 이곳 저곳 구석구석 뒤지며 사진을 찍고, 이벤트들을 구경하다보니, 작다고 생각했던 이 공원이 사실은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다양한 모습을 한 큰 공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공원을 가지고 있는 뉴욕에 질투가 생긴다. 거대 도시 서울에도 크기를 떠나서 서울 시민의 샘터같은, 보석같은 공원들이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활발한 공원 운영으로 다양한 시민들이 와서 즐기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복을 주는 그런 공원. 사람들의 삶의 질,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것은 이런 작은 공원에서부터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