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를 함께 작업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사람이란 이유로 점심을 같이 하면서, 막 학교를 졸업한 김상훈씨는 “뉴욕에서 일하셔서 좋겠어요. H1 Visa는 어찌 하셨어요.” 등등 어눌한 말투로 이런 저런 고민을 털어놓았었다. 그 당시 1년 먼저 New York에 온 선배라 하며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고, 걱정 말라며 다독거리기도 했었더랬다. 며칠 전 자신의 기사가 실린 New York Times신문 한 부를 들고 이제 잠시 거주지를 한국으로 옮기기 위해 인사를 하러 왔노라며, 우연찮게 처음 같이 식사를 했던 장소에 다시금 자리를 하게 되었다. 똑같은 장소에서의 같은 사람과의 만남이지만, 세계 국제 가구 디자인 페어인 밀란, 런던, 뉴욕에 모두 초청받아 전시를 마친, 졸업 후 계획을 하나하나 이루어 간 그였기에 그 어눌한 말투에 실린 힘이 그간 상훈씨가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느끼게 해주었다.
상훈씨가 매 전시를 마치고 돌아 올 때면 농담 삼아 전시를 통해 받은 기가 사라지기 전에 그 기를 받아야 한다며 빨리 보자고 조르곤 했는데 흥분으로 상기된 모습을 하고, 앞으로의 포부, 나아가 한국 디자인의 현재 위치와 나아갈 길에 대해 그가 보고 느낀 것을 나누어주었기에, 실제로 전시를 바로 마치고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나에게는 디자인 페어의 현장을 뉴욕의 한모퉁이에서 상훈씨의 눈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 받을수 있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김상훈씨는 자신의 작업의 발전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큰 시각을 가지고 한국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길, 디자이너로써 사회에 기여할 부분을 고민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이다. 나아가 자신의 작업을 상품화 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위해 그리고, 다음 작업을 위해 잠시 한국으로 작업 공간을 옮기는 것이다.
지난1년간 하나하나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가며 발전해 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자랑스럽고, 내 일처럼 기뻐했다. 한편, 그를 통해 내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며 자신의 발전만이 아닌 더 큰 시각으로 함께 발전하는 것에 대한 노력과 고민, 계획을 해보았던가 생각하게끔 한다.
여러 디자인 페어에서 초정 받은 작품으로 Phenomena, Room divider가 대표작품이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Phenomena Table이다. 그러고 보니, 그와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해본 적이 없네. Phenomena Table은 나로 하여금 언젠가 현무암질의 검은 돌로 이루어진 해변가의 작은 웅덩이에 맑은 물이 고여 있던, 파도에 의해 물이 들어오고, 빠져나가기도 하고, 소용돌이 치기도 하며, 거품을 만들어 내기도 하던 그 바닷가를, 물의 움직임을 연상하게 만든다. 개인적인 해석이라 김상훈씨가 어떤 inspiration에 의해서 작업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아마도 내가 그의 작업을 통해서 이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디자인 컨셉이 자연현상에서 비롯되기 때문인 것이라 생각된다.
자신의 디자인 방향에 다른 작업의 이미지들이 무의식에서라도 머리 속에 떠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 다른 디자이너의 작업을 잡지나 인터넷을 통해서 보지 않는다고, 그는 대신 material research를 위해 화학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번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의 작업에서 배울 것도 있다고 반박한 적도 있더랬다. 그러고 보면 근래의 많은 디자이너들은 나를 포함하여 자신의 생각과 디자인 method를 스스로 발전시키는데 투자 하는데 들이는 시간보다 매일 새로 나오는 디자인 뉴스 업데이트하기에 바쁘고, 남의 작업을 보는데 더 많은 투자하고 있지는 않은가.
김상훈씨는 자신이 할 일이 많다며, 잘 되어야 하는 이유는 잘 나가는 유명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라기 보다 한국의 디자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이를 이끌어가기 위해서 자신이 더 잘해야 한다며, 혼자 나아가기 보다 다른 이들과 함께 나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앞으로 자주 좋은 대화를 나눌 기회들이 많지 않을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어느 장소에 있던 조만간 김상훈씨의 다음 작업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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